육아로 인한 자기정체성 혼란, 회복 단계별 대응법
"내 이름이 뭐였지?"
육아 중 잃어버린 나, 회복 4단계
"서준이 엄마!" "지오 아빠~"
내 이름 석 자가 불릴 일이 점점 줄어듭니다. 열심히 일했던 'OOO 대리님'도, 자유롭게 꿈꾸던 '나'도 어느새 '누군가의 엄마, 아빠'라는 이름 뒤로 사라진 것 같은 기분..
출산의 기쁨도 잠시, 거울 속에 비친 내 모습이 낯설고 '나는 이제 뭐지?'라는 생각에 가슴이 쿵 하고 내려앉는다면, 지금 당신은 지극히 자연스러운 '자기정체성 혼란'을 겪고 계신 겁니다.

01. 이건 '유난'이 아니라 '뇌의 변화'입니다.
"다들 겪는 건데 유난이야" "배부른 소리 하네" 이런 말들 때문에 죄책감 가질 필요 없어요. 이건 의지의 문제가 아니라, '뇌'와 '호르몬'이 겪는 거대한 변화 때문입니다.
심리학에서는 여성이 엄마가 되는 이 과정을 '매트레센스(Matrescence)'라고 부릅니다.
'사춘기(Adolescence)'와 어원이 같죠?
네, 사춘기만큼이나 격렬하게 호르몬, 신체, 그리고 뇌 구조까지 전부 리셋되는 시기라는 뜻입니다.
아이에게 모든 신경을 집중하도록 뇌가 강제로 '엄마 모드'로 바뀌면서, 과거의 '나'와 연결이 끊어진 듯한 상실감을 느끼는 건 당연한 현상입니다.

02. 1단계: 인정하고 '애도'하기
가장 첫 번째 단계는 이 혼란스러움을 '인정'하는 겁니다.
'엄마가 됐는데 이런 생각 하면 안 되지' 라고 스스로를 억누르는 게 최악이에요.
자유롭던 시절의 나, 커리어를 쌓던 나. 그때의 내가 그리운 건 당연한 감정입니다. 마치 '과거의 나'와 이별하는 거니까요. 충분히 그리워하고, 그 상실감을 인정하는 것만으로도 회복은 시작됩니다.
03. 2단계: 하루 15분, '나'를 위한 틈 만들기
많은 분들이 '복직'이나 '창업'처럼 거창한 '복귀'를 꿈꾸다 지칩니다. 시작은 아주 작아야 해요.
핵심은 '틈'을 만드는 겁니다.
아이 낮잠 시간 15분, 딱 15분만이라도 '엄마'가 아닌 '나'로 돌아오는 시간을 가지세요. 좋아하던 노래를 듣거나, 멍하니 창밖을 보거나, 커피 한 잔을 '오롯이' 음미하는 것. 이 작은 '틈'이 방전된 자아를 매일 조금씩 충전시켜 줍니다.
04. 3&4단계: '엄마'라는 경력 '추가'하기
정체성 회복의 끝은 '과거의 나'로 돌아가는 게 아닙니다.
'엄마가 된 새로운 나'로 업그레이드되는 거죠.
3단계: '엄마'라는 경험 재해석하기!
육아는 '경력 단절'이 아니라 '새로운 경력 추가'입니다. 엄청난 멀티태스킹 능력, 극한의 인내심, 타인(아기)의 니즈를 파악하는 공감 능력. 이건 그 어떤 직장에서도 배우기 힘든 최고의 스펙입니다.
4단계: '새로운 나'로 확장하기!
이 '엄마 스펙'을 장착한 '나'는
무엇을 더 잘할 수 있을까요? 예전의 나 + 엄마의 경험 = '더 확장된 나' 가 되는 겁니다.

마무리하며
'나'를 잃어버린 게 아닙니다. '나'라는 나무에 '엄마'라는 아주 크고 단단한 가지가 하나 더 자라난 것뿐이에요. 내가 행복해야 아이도 행복합니다. '나'를 챙기는 시간을 절대 미안해하지 마세요.
다음 글에서는 "‘아기 탓’이 아니라 ‘인지 피로’의 문제 -감정 조절법"을 다뤄보겠습니다.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다같이 화이팅❤️